옛날부터 그 애 곁에 있으면 울 일이 많았다. 그 애는, 그러니까,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내 소꿉친구인 미나토 유키나는, 어릴 적부터 공주님 같은 말끔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혼자 놔둘 수 없는 애였다. 누군가가 옆에 있어줘야 하는 애구나. 혼자 있으면 안 되는 그런 사람이구나. 그냥 그렇게 태어난 애인 것이다. 텅 비어 있던 옆집 앞에서 이삿짐 트럭이 시끄럽던 날, 그 애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인사를 온 그 애를 처음 본 순간 그런 생각을 했었다. 아버지의 다리 뒤에 숨어 나를 주춤 엿보던 황금빛 눈동자의 기억이 그날 내 등을 불쑥 떠밀었던 바람의 감각처럼 아직까지 남아 선명했다. 어쩌면 그 맑고 태생적으로 상냥했던 눈동자 탓일지도 모른다. 있지, 나는 리사라고 하는데. 넌 이름이 뭐야..
7/15 어나스테 U10a에서 판매할 히카와 히나X히카와 사요 돌발본 사랑을 주세요! 의 샘플입니다.23p 무선제본 3000원 예정이하로 샘플입니다. 도대체 일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사요는 아찔하게 허물어지려는 사고를 애써 추스르며 반 발짝 뒤로 물러났다. 머리가 복잡했다. 마음을 가다듬고 잠시 가만 생각한다. 어떠한 사건이 일어나려면 응당 인과 관계가 있어야 했다. 원인이 있어야 결과가 있고, 결과가 있으려면 원인부터 존재해야 한다. 따라서 결과가 이상하면 원인을 고치면 된다. 원인에 이상이 없으면 결과에도 문제는 없다. 그건 틀릴 턱이 없는 명제였다. 지금껏 짧다면 짧고 나름 길다면 긴 인생을 살아오면서 그런 식으로 임해서 풀리지 않는 상황에 맞닥뜨려 본 적은 없었으니까. 문제는 아무리 필사적으..
이게 사랑이라면 역시 너무 번거롭지 않나. 사요는 샤프를 쥐지 않은 손으로 가슴팍을 지그시 누르며 생각했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던 음악 소리가 어디서 들려오는지 모를 둔탁한 파열음에 묻혀 사방으로 흩어졌다. 막힘없이 문제집 위를 흐르던 손은 멈춘 지 오래였다. 사요가 지끈하게 미간을 좁혀냈다. 통제 밖에 놓인 상황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몸과 마음이 따로 놀고 있는 것 같은 감각에 미미한 불쾌감이 올라왔다. 갑작스런 이변의 원인은 명확하다. 사요는 빠르게 달리는 심박을 세는 것을 그만두고 휴대폰을 쥐려 손을 뻗었다. 끄트머리가 엉킨 채 휴대폰에 연결된 이어폰 단자가 영 신경 쓰였다. 사요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그 화면을 한참이나 노려보았다. 작은 화면 한가운데에 파스텔 팔레트의 앨범 재킷이 커다랗게 ..